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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직장 썰

파리 두 번째 직장 이야기 (2) 프랑스 직장상사 + 첫 업무평가

by 서마르코 2025. 8. 3.

지난 주, 나는 첫 업무평가를 받았다.

아직 probation 기간이 끝나진 않았지만, 두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새롭게 보고 느낀 게 있었고 이제서야 프랑스 오피스 문화에 대해 약간은 감이 잡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선 한국의 남과 북이 구분없다. 왜..?>


이 곳에서의 업무는 내가 해왔던 한국에서의 직무와는 틀은 달라도 사뭇 느낌은 비슷했다. 팀워크보다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 있게 지식을 발휘해야한다는 것이랄까. (말많은 게 싫은 ISTP에게는 취향저격)

무튼, 약 2주간 트레이닝을 거치면서 나는 새롭게 마주하는 분위기에도 익숙해져야 했는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 중 하나는 직위였다.

<내 자리>


사무실을 함께 공유하는 동료들은 매니저와는 별개로 다른 팀동료였는데, 이분들은 기본 무려 20-30년동안 근무를 하신 분들이라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엄빠와도 나이가 거의 비슷한 연령대)

그렇다고해서 이분들이 매니저나 부장 직함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나와도 진행하는 업무가 유사하다보니 우리는 동료로서 함께 물어보고 답을 찾는 그런 일반 동료 사이가 되는 것이다.

추가로 내 업무가 아무래도 서포팅을 하는 위치이다보니 매니저와 부장이외에도 다른 팀리더와도 수직(?)적인 분위기를 가질 수 밖에 없는데, 겹치고 겹치는 팀과 팀의 역할에 의해서 나는 큰틀에서 보자면 자연스레 직장상사가 4명이 되는 격이었다.

직접적인 업무상의 대화는 아무래도 매니저가 가장 크지만, 이래저래 이따끔씩 눈치를 보는 상황도 조금은 생겨났었다. 아무래도 난 상하관계가 매우 뚜렷한 직장환경만을 겪어왔지만 이곳에서는 수직관계가 있되, 소통을 통해 조율하는 역할 분담이 흔하다.

나로서도 매니저가 디렉션을 줄때와, 다른 리더가 내게 디렉션을 줄때 극명한 차이가 생겨나니, 사실 마냥 편하진 않았다. (이래저래 따지는 거 정말 싫다ㅠ)

매니저는 앞서 말했듯이 정말 쿨하디 쿨한 사람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철두철미하고 무뚝뚝해보이는 테토남같은 상사지만, 많이 열려있는 사람이었다.

내게는 많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것만 찝어주는 쪽집게 같은 분이지만 가끔 적응안되는 농담을 걸어준다 ㅋㅋ

Le bizutage


한번은 내가 노트북 lock을 걸지않고 화장실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사이에 내 이메일계정으로 부장을 포함한 상사와 팀동료들에게 장난 메일을 보내서 식은 땀을 빼게 한 적이 있었는데..

내용인즉슨 ’이제 바쁜 일정이 끝났으니 오늘 저녁 제가 술을 쏠게요’ 라는 간결한 문장은 내 눈을 휘둥그랗게 만들었다. ( 아직 월급도 못받은데)

그런 나를 보면서 그제서야 낄낄 웃는 매니저는 이실직고를 했고, ‘동영, 이게바로 bizutage(비쥬타지: 신고식)이라는 거야’ 라며 날 병주고 약줬다.

동시에 굉장히 유연한 사람이었고, 상당히 릴렉스한 사람이라, 내 첫 프랑스인 매니저에게서 받은 치유를 그로부터 할 수 있었다.

업무적인 성격도 나와는 유사했지만, 내가 어려워하는 부장에게 하지 못하는 업무상 부탁도 대신 해주었고, 조금 까다로운 일이 있을 때 가장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2주전 쯤에 아마 업무성과 미팅이 곧 있을테니 알고 있으라는 메일을 보냈고, 그동안 별탈없이 일했지만 조금은 긴장을 하며 무슨 얘기를 꺼낼지 뭘 말하지
궁리를 하고 있었다.

딱히 할 피드백이 없는걸?


ㅋㅋㅋㅋ노트에 연산 밑줄쳐가며 미팅을 준비했는데, 그가 내게 건넨 말이었다.

‘여태까지 난 너가 어떻게 했는지 알고 있고, 뭐 난 솔직히 정말 다 괜찮아. 딱히 할 피드백이 없어’

감사의 안도를 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데, 사실 본인도 부장에게 피드백을 몇개는 받았는데, 별거는 아니라고 한다. Diplomatic sensitivity, 외교적 섬세함을 유지하면서 일하라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자기는 아무래도 직설적인 편이라, 그동안 완곡하게 말해왔던 것 같다며 말했다.

그렇지만, 자기는 사실 상대방이 못알아들으면 완곡하게 해야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그래야 우리도 감정조절이 되지 않겠나며 쿨내를 풍겼다. (대상포진 주의)

좌우지간, 앞으로 더 일을 해봐야겠지만 우선 숨은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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