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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직장 썰

파리 첫 직장 이야기 - 프랑스인 매니저 (1)

by 서마르코 2025. 5. 20.

오랜만에 쓰는 글이 갑자기 늘어간다. 친구들에게 못하던 이야기를 맘껏 푸는 기분이라 그런지 잘 써지는 듯하다. 

 

이번에는 내가 겪은 프랑스인, 그중에서도 다들 궁금해 하는 프랑스인 직장 상사는 어떤지에 관한 글이다. (스읍...)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고, 내가 겪은 사람은 내가 처음으로 파리에서 일할 기회를 준 사람이기도 했다.

 

2023년 가을부터 작년 여름까지 난 불어를 배우느라 정신을 쏟고 있었다. 어학원에서 중급반으로 넘어갈 때쯤, 나도 내 커리어를 다시 고려하고 있었다. 파리로 이사도 했고, 본격적으로 언어를 배운 다음부터 생계전선에 뛰어들 각오를 했었기에 나도 사뭇 진지하게 일할 곳을 찾고 싶었다. 

 

사실 프랑스어라는게 단기숙성으로는 어찌어찌 귀가 트이고 입이 트인다 할지라도 화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영어만큼 사용이 다양하고, 훨씬 표현의 범위도 넓은 게 프랑스어였다. 

 

진지하면서도 농담을 일삼기도 하고, 속담과 은유를 즐기는 이 언어의 난이도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케하는 듯하다. 하긴 한국어도 속담이 다양하고 구어체에서도 우리가 안 쓰는 표현이 많을 뿐이지.. 

 

여하튼, 나는 봄이 올때 쯤부터 파리에 있는 한국회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배우는 거야 언제나 흥미롭지만, 나도 경제활동에 대한 욕구가 충만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와중, 마레에 위치한 한국 패션회사에서 채용이 올라왔고 이전 회사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망설임없이 지원했다. 이틀 뒤, 연락을 받았고 사측에서 만나자는 제의가 왔다. 면접이라기 보단 그냥 얼굴도장 찍는 느낌이랄까? 

 

나는 사실 오프라인에서 일하기보단, MD쪽을 희망했었다. 물론 한국과 파리 현지 니즈가 다르긴 하겠지만, 내 경력이라면 MD를 과감히 지원해보는 게 큰 무리는 아니었다. 

 

음.. 매장에서 세일즈해보는 건 어때요? 


하.. 그럼 그렇지. 문득 예전 인턴 생활 때 차장님이 말한 게 생각났다. "나도 이것저것 생각한 게 있었는데....뭐 배운 게 도둑질이더라고요."  한번 몸 담은 이상 쉽게 벗어날 방도는 없단 말이다. 그들도 한국인이 필요했고, 브랜드를 잘 아는 사람이 오면 더 이득인 부분이니까. 

 

그렇게 스토어 오픈일이 지나고, 6월이 되서야 다시 연락이 왔다. 스토어 매니저가 만나고 싶어한다고. 그렇게 그와의 면접이 왔다. 내가 만난 프랑스인 중에 키가 정말 큰 프랑스인이다. 네덜란드 유전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내 소개를 했다. 불어가 아직은 유창하지 않다고 밑밥을 깔자마자 그가 말했다. 

 

"괜찮아 동영. 난 너의 프랑스어를 최대한 많이 듣고 싶어."   

 

 

 

맞는 말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난 그와의 대화를 불어로 시작했기에 (그것도 내가 먼저), 우린 불어로 끝내야 하는 게 이치였다. 몇 가지 질문이 오갔고, 나의 개인사부터 시작해서 이전 직장 이야기까지 늘어놓았다. 

 

나름 꽤 진지하게 듣던 그는 내가 예상치 못했던, 전직장 KPI는 어땠는지? 주로 고객타겟층은? 왜 파리로 왔는데 한국패션에 일하고 싶어? 등등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간신히 나의 불어실력으로 답변을 했고, 그 역시 자기 이야기 (음.. 자기 자랑) 그리고 본인의 철학도 이야기를 했다. 그의 이야기를 전부다 알아들은 건 아니지만, 나도 형식상 준비했던 질문이 있었다 (이건 프랑스 면접에서 정말 정말 정말 준비를 해야 하는 것) 

 

30분 간 이야기 끝에 우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연락을 주겠다는 그의 말이 썩 반갑게 들리진 않았다. 사실 잘 본 것도 못 본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이 사람과 잘 맞을 수 있을까? 라는 부분이 조금 걱정되었다. 분명 사람을 편하게 하는 성향은 아난 듯했다.

 

한국에서 일을 해본 경험으로 봐서, 세일즈 그러니까 특히 영업은 상사가 나의 업무에 효율성과 자율성을 얼마나 존중해주느냐에 따라 직장은 앞 뒤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난 그저 그가 좋은 사람이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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