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글을 써본다. 이직을 한지도 두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현재는 잘 적응되서 이곳 시스템에도 익숙해졌다.
다만, 아침형 인간이 전혀 아니었던 나의 오전 6시 기상은 나를 곧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안내했고, 이제 정말로 파리 한복판 Boulot, métro, dodo (출근, 지하철, 집에 와서 자는 무한루프) 루틴은 파리지앵 샐러리맨 세계에 입성하는 기분이 들었다.
첫 출근은 너무나 피로했는데, 낯선 환경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과 걱정을 하니 전날밤에 난 단 한숨도 못잤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란 고민 끝에, 아무 생각을 갖지 않기로 결심했음에도 나의 나대는 심장 덕분에 눈 뜬으로 밤을 지새운 채 집을 나섰다.

나의 매니저가 되실 분이 나를 로비에서 맞이해주셨고, 나긋하고 조용한 그의 안내에 따라 사무실로 입성했다.
이전에 면접을 봤던 같은 사무실이었는데, 자리가 배정되자 실감이 났다. 매니저는 뉴칼레도니아 출신이었고 (호주근처 프랑스어권 국가) 그제서야 이 사무실 사람들은 대다수가 프랑스 출신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한국인은 달랑 나 혼자)
더운 날씨도 분명 아니었는데, 왜이리 나의 겨드랑이는 흥건해지는가. 여러 사무실을 들락날락 거리며 소개해주시는 다른 직원과의 인사를 겨우겨우 마쳤다. 한 명씩 인사할 때마다 한땀씩 흐르고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쳤다.

부서내 유일한 한국인이었음에 큰 부담을 안고 제발 오늘은 빨리 지나가기만 바랬고 집에서 뻗을 궁리만 하고 있었다...
매니저와는 온보딩 절차가 마무리되고나서야 짧게 커피한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눴고, 겨우 책상에 앉은 나는 새삼 그의 쿨함을 느꼈다. (그의 쿨내나는 서막)
궁금한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물어봐
매니저는 말이 끝나자마자 본인 업무를 시작했고, 난 그가 준 온보딩 서류 이것저것 읽어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어차피 죄다 불어 ^오^) 옆 사무실에 있는 부장은 아침에 인사만 간단히 나누고, 이따보자 라는 말과 함께 일에 몰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매니저는 나에게 16구 주변이 없어보이지만 먹을 곳이 있을거라는 둥 원하면 구내식당을 가도 된다는 둥 (어어 뭐야 첫날부터 혼밥 각?) 조언을 해주더니 홀라당 헬스장으로 가버렸다. ㅋㅋㅋ
바람도 쐴 겸 삼고초려끝에 입성한 이 부촌중에 부촌 라뮤에뜨를 구경하러 나섰다. 그리곤 후회했다. 파리 최고 부자동네라는 16구는 정말로 쥐죽은 듯 고요했고, 인근 식당의 무쳐버린 가격에 왜 사무실 동료들이 아침마다 냉장고에 도시락을 넣어두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첫날 그렇게 간단히 빵집에서 샌드위치로 떼운 나는, 부장의 스모킹 타임에 초청(?)되서 약간 긴장을 하고 있었다. 한국이나 프랑스나 윗사람 담배타임배려는 마찬가지인듯 하다.
비흡연자인 나와 특별히 오갔던 말은 없었고, 부장은 그냥 여기서는 정확성이 중요하니 혹시라도 너가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있으면 무한반복 질문하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술을 절대 입에 대지도 않는다는 부장은 (사실 놀랬음) 담배 한개비를 빠르게 태우더니, 바로 두번째 담배에 불을 붙혔다.
한숨 돌리고나서야 난 이곳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빡빡하지 않음을 느꼈고, 내가 생각했던 국제기구의 보수성과는 별개로 업무상 자유도는 생각보다(?) 높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잊지말자 여긴 프랑스) 게다가 내가 만났던 이전 직장의 프랑스인들 중에서는 아마 그들이 가장 젠틀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아직까지는)

정식 명찰을 받고 퇴근 명령을 받은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향했고, 꾸벅인사를 하며 우다닥 밖을 나섰다.
첫날 시간은 제법 빨리갔다.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곳의 시스템에 능숙해지려면 어림잡아 세달은 족히 걸리지 않을까 한숨도 쉬었지만, 내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에 연신 감사했다.
'프랑스 직장 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파리 두 번째 직장 이야기 (2) 프랑스 직장상사 + 첫 업무평가 (4) | 2025.08.03 |
|---|---|
| 파리 첫 직장 이야기 - 프랑스인 매니저 (4) (1) | 2025.05.23 |
| 파리 첫 직장 이야기 - 프랑스인 매니저 (3) (2) | 2025.05.20 |
| 파리 첫 직장 이야기 - 프랑스인 매니저 (2) (3) | 2025.05.20 |
| 파리 첫 직장 이야기 - 프랑스인 매니저 (1) (2) | 2025.05.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