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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직장 썰

파리 첫 직장 이야기 - 프랑스인 매니저 (4)

by 서마르코 2025. 5. 23.

3편에 이어.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근무하며 더 이상 매니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 플래그 쉽보다 조금은 열악한 비품과 환경에 대한 불편함은 이내 곧 익숙해졌다.  

초창기에 매니저가 순시?를 하는 바람에 불시에 찾아올 까 염려를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단지 거슬리는 건, 다소 무례한 라파예트 직원들이었다. 나이도 아마 나보다 분명 어렸을 것이다. 

건방진 턱을 내밀며 볼멘소리로 완장질을 할 때마다, 난 그 긴 턱을 잡아 당기고 싶다.

'거기, 이봐요. 그 날 교육 있는 거 아시죠? 절대 까먹지마요!'   

 
개련. 그녀를 볼때마다 메릴 스트립 주연의 <죽어야 사는 여자> 영화가 자동으로 재생된다. 하얗게 들뜬 화장 위에 페인트칠 마냥 마구 퍼바른 볼터치까지. 곰곰히 생각할 수록 여기 프랑스 젊은 꼰대도 여간 답이 없다. 한국에서만큼이나 역시 사람은 누구 머리 위에 있어야 살기 편하다.
 
그 무렵, 라파예트 매장에도 새로운 매니저가 왔다.
 

'이번엔 부디 좋은 사람이길' 

 

그도 그럴 것이, 플래그 쉽에 비해 턱없이 좁은 부스에서 영업을 하려면 근 몇 시간을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어야 한다.난 아마 절대 그 사람과는 같이 있지 못했으리라...다행히 이분은 점잖고 평온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첫 만남부터 내게 편히 말을 놓자했던 그는 약간의 인텐스한 상황에서도 최대한 머리를 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사람보다 훨씬 효율적이었고, 쓸데없는 것에 얽매이지 않으며 말도 재치있게 하는 사람이었다. 

2월 초부터, 빈번히 매출 빵원을 찍어내는 나날들이 잦아졌다. 우리도 애초에 마음을 비웠지만, 주말 연달아 빵빵을 찍자 조금은 당황했다. 아 참. 내 계약은 만료가 된 게 아니었냐고? 
 
이직 썰에 다시 풀 예정이지만, 난 결국 연장된 비자 만료일까지 잠시 브랜드와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나의 체류증 갱신이 처.참.히. 실패하였으므로.... (이보시오 경시청, 이건 너무 한거 아니냐고오) 그렇게 나의 이직은.. 나의 면접은 무한 잠정 대기 상태로 치닫았다...
 

<우리들의 항공샷>


한편, 내가 일했던 브랜드에서는 나와 정규직 계약을 체결하길 원했다. (열심히 팔아줬잖아)  그러나 급작스레 내가 체류증 심사에서 빠꾸를 먹자, 그들도 몹시 당황했다.

아니 왜..왜요? 왜 못해준데요?


그걸 내가 아냐고요.. 그나저나 나는 체류도 못할까 두려워 부랴부랴 방문객 비자 (여행자지만 방랑자에 가까운) 를 신청해두었다. (빨리 승인해줘요 엉엉)

플래그 쉽 매니저는 선심이라도 쓰듯, 내게 안부도 물으며 체류는 어떻게 되가냐고 묻는다. 넌 왜 궁금한건데..

일주일 뒤, 브랜드 법인장과의 점심 약속이 잡혔다. 새로 부임한지 얼마안 된 법인장은 적어도 우리의 실적을, 우리의 지난 고생을 아는 듯했다.

그래.. 어려운 일이 있다고는 들었어요.


그는 과묵했지만, 솔직한 분이었다. 그의 얼굴에선 장황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할많하않)

간접적으로라도 플래그 쉽 매니저와의 이런저런 일을 알려주려는 듯했다. 그때의 매니저의 계약적인 부분으로 법인에서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다는 점과 그의 불합리한 요구를 수용했던 지난날들을.

특히, 직원들이 마음에 안든다고 가차없이 뒷담을 지껄였다는 그의 행실과 더 높은 연봉을 요구해왔다는 사실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나와 미국친구는 타이트하게 그의 룰을 따랐기에 그의 밑에서 생존할 수 있었고, 나머지 직원들은 그렇게 토사구팽을 당했었다.

이래서 자고로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ㅎㅎ 나 또한 법인장에게 나의 의견을 그대로 전했다.

플래그 쉽은 모두 우리의 노력 덕분입니다. 그런 사람은 언제든지 대체가능한 사람입니다.


차분했지만 법인장의 눈을 보며 말했고, 법인장은 내 말에 눈이 커지며 동의하기 시작했다. 마치 나에게서 그 답이 나오길 바라기라도 한듯이.

그가 더 입을 열었고, 예상한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다소 놀란 것은 그가 월마다 매장 매출을 달성했을 때, 수령한 커미션의 금액이었다. 월 700-800유로는 수령했다고.

그렇게 법인장은 그런 부분에 본인도 아쉬움을 느끼며,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하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때쯤 매니저와 브랜드는 결별수순을 밟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성비 안좋죠?)

지금 법인장의 잘못은 없었다. 그도 억울할 것이. 이 모든 클리셰라는 전개는 모두 이전 법인장의 발단이자, 그의 폐기물과도 같았으니까.

돌아와줘요. 기다리고 있을테니


그의 목소리는 확신이 있어보였다. 그는 적어도 내게 자신의 계획 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주었다.

문제는 나의 새로운 체류증 신청과 심사결과가 언제 회복될 지를 나도 장담을 못했다. 이게 최소 3개월이상 소요될 예정인지라, 나도 경제적 활동에 타격이 큰 점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말에 고마움을 느꼈다. 근무시간이 이제 곧 한달 밖에 남지 않은 나는 다시 안부를 전하겠노라 인사하며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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