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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프랑스 외노자 면접 썰 (6)

by 서마르코 2025. 5. 23.


 

난, 또 시원하게 떨어졌다. ㅋㅋㅋ

 
 
우주의 기운이 잠시 맴돌 것만 같았던 내 기분은 착각이었다.  2월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나의 계약기간을 꾸역꾸역 채우며 브랜드와의 동행을 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3월에 되자, 다행히 나의 방문 체류증은 승인되었고 그렇게 3번째 심폐소생술로 파리에서의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일을 쉬게 되었지만, 덕분에 부업이었던 한국어 레슨을 꾸준히 할 수 있었고, 잠시 잊고 있던 모델 에이전시도 일거리를 제안해줘서, 캐스팅에 도전하고 있었다.(응 데뷔도 못했죠?)
 
시간은 어느새 금방 4월 중순이 되었다. 
 
그때 마침 나는 한창 위스키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무직, 술꾼 테크) 집돌이였던 내가 빠지게 된 위스키는 <버번 위스키>였는데, 휴식을 하던 한 달동안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던 것 같다.

나의 동료였던 미국친구와는 연락을 주고 받으며 한창 술얘기 밖에 안했다. 함께 맛난 버번 위스키를 구해보자는 등.
 
그래도 그와중에 chômage(실업급여)를 신청할 계획으로 이것저것 서류를 준비하고 노동청에 연락을 하고 있었던 차였다. 아침부터 한시간마다 이메일 확인...
 
그날도 여김없이 랑데부를 확인하며, 몇시에 노동청에서 전화가 오는지 확인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낯익은 발신자가 보였다.
 

Hiring Team


New job opportunities 라고 보이길래, 난 자동 채용공고 발신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뒤에 온 내용을 살펴보니, 아래에는 추천이라는 직무에 관련된 정보가 있었고, 늘 내게 연락을 했던 HR팀장의 이름이 있었다. 
 

나는 부리나케 답장을 보냈다. 곧 다음주에 만나자는 면접 제안이 왔다.

나의 3번째 도전 되시겠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불안회로를 미리 돌려보자면 어쩌면 내가 그들의 인재상이 아니겠다 싶었고, 지난 인터뷰에서 내가 잘 못한 게 있어서 떨어진 것이라 믿었다.  
 
면접일까지는 5일 남아있었다. 난 반신반의하면서도 이번 면접은 타이트하게 준비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와 질문을 한 장씩 담았다. 영문, 불문. 가리지 않았다.
 
미처 그동안 연습하지 못했던 녹화 연습도 해보고, 내가 발음을 못하는 (하아) 불어 단어들은 과감히 뺐다. 당연히 필살기도 잊지 않았다.

문제는 면접 전날까지 수정하고 또 수정했던 지원동기였는데, 어떤 경험을 풀어보려고 해도 자연스레 완성이 되지 않았다.
 

<면접 가보자고>

우여곡절 끝에 겨우 준비해간 지원동기와 함께,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상당히 일찍 출발했는데, 무려 30분 전에 도착해버렸다.. 천천히 골목길을 향하며 숨을 골랐고, 입구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HR에서 면접 일정을 공유한 메일을 봤을 때부터, 난 누가 면접관일지 알고 있었다. 로비에 도착하니, 바로 오셨다. 이번엔 바로 입구에서 가까운 오피스로 이동했고,  테이블이 있는 작은 부스에 앉았다.

잠시 뒤 부장이 도착했다. 그가 가볍게 ‘잘 지냈냐’라는 인사를 하자. 나는 웃으며 ‘다시 만나게 되서 기쁘다’고 말했다. (흑)

우리의 면접은 영어로 진행됐다.

내 이력서와 조직도를 출력해온 그는 질문은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조직도를 보여주었다. 펜으로 각 부서명을 표시해가며 내게 설명해주었는데 여기가 어디고. 뭘 하고. 등등 자세히 보니 이전에 내가 지원했던 부서도 나왔다.

그는 물었다. ‘자 질문있나?’ 내가 없다고 말하자 그는 “그럼 매니저에게 자네 소개를 해줘, 난 자네를 알지만, 이 사람은 자넬 모르거든.”

숨을 가다듬고, 매니저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그때, 부장이 웃으며 한마디를 덧붙혔다. “미안한데, 좀 최대한 빨리 소개를 부탁할게.“

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고, 준비한 소개를 30초로 압축해서 전달했다. 매니저는 내 말에 귀기울이면서 이력서를 보고 있었다.

부장이 매니저에게 질문이 있냐는 듯한 재스쳐를 취하자, 매니저는 간단히 두어개 정도의 질문을 했다.

나의 빠른 답변이 끝나자, 부장은 보여줄 것이 있다고 말했고, 우린 옆 방으로 이동했다.

그들의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보여주었는데, 자신들이 어떤 위치의 팀인지 그리고 어떻게 일을 하는지 보여주었다.

중간중간 나도 질문을 하며, 일처리를 조금씩 보았고,부장은 이정도면 됐다 싶었는지 우린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 일을 좋아할 수 있겠어?”


거기다 대고 ‘어, 저는 좀 그런데요?’라고 누가 말을 할까. 난 거듭 ‘얍쓰’무새가 되었고, 부장은 다시 내 이력서를 보며 입을 열었다.

부장: “불어는 요즘 얼만큼 해?” (영어로)

나 : “예전 면접보다 늘었다고 봅니다. 일상에서도 자주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불어로)

부장 : “오케이, 굿”

언제부터 일을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나는 내일부터 (쌉)가능함을 외치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다.

매니저와의 Q&A로 마무리한 뒤, 밖에 나와서 시계를 보니 40분 채 걸리지 않았다.

아마 다음주 쯤 연락이 갈 거라고 마무리 인사를 한 부장은 “또 보자”라고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내가 지난 번 면접에서도 들어서 그런지 예감은 좋지 않았다.

준비했던 만큼, 터프한 면접은 아니었지만 후회없이 준비하고 갔기에 정말 후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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