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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프랑스 외노자 면접 썰 (7)

by 서마르코 2025. 5. 24.

6편에 이어.

배운 게 도둑질이다.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는 저 말은 인턴 시절, 차장님께 들은 말이다. 계약만료를 앞두고 이리저리 면접을 보러 다니던 나를 보며 본인도 감회에 젖은 듯, 푸념 섞인 말이었다. (할 수 있을 때 빨리 도망쳐)

다른 도둑질을 할 수 있을까 ?


난 2번의 이직동안 큰 변화를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원한다고 쉽게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새로운 것을 좇는 것에는 분명 시간과 노력이라는 게 필요했으니까.

재밌다. 그래도 내가 이런 기회까지 얻어보았으니. 내게 올해 봄이어야 할 4월은 폭풍우처럼 몰아쳤다. 회오리 바람이 휩쓸고 간듯, 이제 남은 건 혼란이었다.

폭풍이 폭풍으로 끝날 지, 그 뒤에 꽃이 하나라도 피울 지는 이제 내 <운명>에 맡겨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난 축구에 집중했다. 애증의 스퍼스팬인 나는 이번 시즌도 영 맥을 못추는 토트넘이 더 짠하게 느껴졌다.

1:2 (패배)
5:1 (패배)


벌써 일주일 사이에 또 내리 2연패를 당했다. 내가 한국에서 학생비자를 받고 파리로 오기 전, 작년 시즌 리그 1위를 했던 그때의 토트넘이 생각났다.

8승 2무. 그리고 기적같이 내가 파리로 와서 마음 고생을 할 때쯤 이어진 2달 간의 무승 기록.

뭔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그들이 유일한 희망을 걸고 있는 유로파 4강. 한 가닥 희망이라도 붙잡아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 (92년생들의 눈물겨운 투쟁)


5월을 맞기 전, 예고없는 소식이 왔다. 라면에 물 올리고 있던 차에 도착한 메일 한 통 <Hiring Team>
마음을 비우고 덤덤하게 메일을 열었다.

We regret to inform.... 을 찾는 데, 안 보인다. 분명 서두를 생략하고 중간부터 읽었는데, 왜 안 보이지?


Congratulations! 😊



머리가 하얘졌다.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라면 분다고오) 메일 수신자까지 다시 확인한 나는 심장을 조용히 진정시킨 채, 답장을 보냈다.

심장아 나대지 마.

HR팀장은 다음 단계를 설명해주었고, 일정을 잡아주었는데, 다시 한번 줌미팅으로 주최되어 날 불안케 했다. (여럿이 보면 무서워)

<최종 가보자고>


다행히 팀장과 단 둘의 면담이 시작되었다. 난 사실 여기서 더 진행될 절차가 있을 줄만 알고, 여러 사항을 체크했다.

팀장은 내 여러 질문에 친절히 답을 해주었고, 곧 오피셜 레터와 서류들을 내게 보내주겠다고 했다. (네?)



면담이 끝나고, 그녀가 보낸 메일을 읽고 나서야, 합격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늘 멀게만 느껴지던 일이다.

이곳에 와서 보낸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어학원에서 배운 나날들. 대학생 때부터 그렇게 하고팠던 해외취업을 할 수 있을지. 매니저 밑에서 이렇게만 배워나가면 내게 다른 날이 오는 건지. 내게 기회가 오는 건 맞는 건지. 고민하고 푸념하던 날들

화창했던 날이었다. 굳게 닫힌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문을 열자 뜨거운 햇살이 감싼다. (하이파이브?)

동시에 내가 2007년부터 응원한 토트넘은 (흥민이 때문에 팬아니고요) 41년 만에 유로파 결승에 진출했다.

5월은 그렇게 조용히 바꾸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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