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내가 제안해도 될까요?
그녀가 제안한 직무는 이전의 부서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부서장의 지휘 아래서 배우며 시작하게 될 직책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제안에 응했다. 그녀는 대면 면접 일정을 알려 주겠노라고 약속했고 우린 통화를 마쳤다. 이 대목에서 내 커리어와 이쪽의 연관성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 첫 인턴 커리어를 전시회사에서 시작했다. (야, 공대 왜 갔냐고?)
연례 행사를 함께 기획하고, 참관 업체를 모집하는 그런 영업을 했다고 이해하면 좋겠다.
운이 좋게도 난 그때 사수를 잘 만났는데, 사수가 아이비리그 출신의 엘리트였다. (..이분 왜 여기 계신거야...) 갓 태어난 망아지가 어설프게 걸으며 실수가 많듯, 내 영어도 참 어설펐다.
그분은 그걸 다듬어 주셨고 나 또한 사수 눈치를 보며 영어를 조금씩 다듬었던 게 도움이 되었다.

드디어 면접 일정이 잡히고, 나는 그렇게 처음 방문했다. 건물은 정말로 웅장하고 컸다. 입구부터 시작해서 보안대까지 정말인지 공항을 방불케 했다. 입구에서 나의 신분증을 검사하던 직원 분.. 어디서 봤는데... 낯이 익다.
"봉주르, 나 기억하지?"
내게 웃으며 인사를 먼저 건네신 분은 바로 지난 (줌면접) 매니저였다. 나도 웃으며 인사를 했다. 로비에 도착하자, 멀리서 두분이 걸어오신다. 날 향한 그들의 눈빛은 오늘 이 면접의 면접관임을 직감케 했다.
우리는 악수를 하며 불어로 인사를 주고 받았고, 이내 시니어 매니저(부장)로 보이시는 분이 내게 "영어가 편해? 불어가 편해? 응?" 물으셨다. 나는 행여나 이것도 영어로 답하면 감점?요소가 될까봐, "둘 다 좋지만, 자세한 설명은 영어로 하는 걸 선호합니다."라고 답했다.
우린 긴 홀을 지나고 또 지나, 이윽고 작은 미팅룸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자, 팀장이라고 소개하신 분이 먼저 이 직무를 잘 알고 있냐고 물었고, 나는 유선으로 잘 들었지만, 한번 더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3-5분정도의 설명이 끝나자, 부장님이 묻는다.
"자, 우린 너에 대해 알고 싶어. 너가 어떤 사람인지."
난 오늘 길부터 최대한 힘을 뺀 상태였다. 이 면접을 이기겠다기보다 즐기기로. 날씨도 좋았고, 지하철 창가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피부로 느끼며 왔다.
난 템포를 조절해서 풀어나가려고 했다. 대학 시절부터 시작해서, 조금 씩 열거해 나아갔고, 주마등처럼 스쳐간 내 커리어, 그리고 내 성격까지. 천천히 그들에게 쏟아냈다.
10여분간의 대화가 끝나자 질문이 있는지를 물었고, 나도 그들에게 내게 궁금한 사항이 있는지 한번 더 체크했다.
그렇게 면접을 마치고, 그들은 내게 건물 이곳저곳 탐방할 것을 제안했다. 방대한 공간에 나는 연신 "와.."를 외치며, 그들의 환영 속에서 좋은 구경을 했다.
덤으로, 팀장은 자신들의 팀원 중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팀원이 있다며, 내게 만나볼 것을 제안했는데 (이거 이거 합격 그린라이트 아냐?) 덕분에 그녀의 팀원들 모두와 인사를 했다.
집에 돌아온 뒤, 나는 정말 그 곳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 직원의 친절함에 2년 묵은 파리의 스트레스가 녹아 사라지는 듯 했고, 기회가 된다면 많이 배워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렇게 2월 중순에 행복 회로를 맘껏 굴리던 나.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프랑스 외노자 면접 썰 (7) (3) | 2025.05.24 |
|---|---|
| 프랑스 외노자 면접 썰 (6) (2) | 2025.05.23 |
| 프랑스 외노자 면접 썰 (4) (1) | 2025.05.23 |
| 프랑스 외노자 면접 썰 (3) (1) | 2025.05.23 |
| 프랑스 외노자 면접 썰 (2) (2) | 2025.05.22 |
댓글